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신없이 바쁜 업무를 처리하며 있을 때에, 한 장의 종이를 건네받았습니다. 그 종이는 도움이 필요한 분께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의뢰서였습니다. 그런데 보통 한 장의 의뢰서랑 다르게 한 장의 종이와 작은 종이에 손글씨로 적은 메모와 함께 의뢰서를 받았습니다. 그 메모지에는 삐뚤한 글씨로 한글자씩 써내려간 편지라고 하기에는 적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간곡한 메시지였습니다. “눈이 점점 보이지 않네요. 다가오는 겨울이 무섭습니다.” 작은 종이에 쓰여진 글은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길게 주절주절 쓴 말보다는 짧지만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듯한 간곡한 메시지는 저를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답니다.

의뢰서와 함께 받은 작은 편지 하나가 계속해서 머리 속을 떠나질 않아, 의뢰서를 들고 해당 방문간호사와 함께 편지를 보낸 곳으로 함께 방문하였습니다. 편지가 온 곳으로 향하는 길은 좁은 골목을 지나고 번잡한 시장이 위치하고 있는 주택가들 사이의 어느 주택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었습니다. 시끄러운 시장이 지나고 바로 위치한 주택 지하로 내려가는 지하방에 다다를수록 뭔지 모를 허한 기운과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지하방으로 내려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좁은 입구를 지나고 보면 계단에 위치하고 있는 화장실, 그 화장실을 지나 지하로 향하는 또 다른 계단의 끝이 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머리 속에서 떠나지 못하게 했던 편지가 온 곳이었습니다. 방으로 들어가는 길은 추위와 한기를 막고자 여러 겹의 돗자리 길이 되어있었고, 돗자리 길의 끝은 방 입구가 바로 있었습니다.

- 우리가 만난 편지의 주인공 _ 미소가 아름다운 이○○ 어르신

간절한 편지를 보내온 사람은 시력장애를 가지고 계신 한 어르신이었습니다. 찾아뵈었을 당시 집안에서 두꺼운 겨울 점퍼를 입고 여러 겹의 옷을 껴입은 체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아껴보고자 전기장판만을 최소한으로 켜고 지하방 한기와 싸우며 계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생활하시는데 불편한 점은 없으시냐고 묻자 “제가 시력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점점 더 안보이는 것 같아요. 이거는 괜찮은데 집이 너무 추워요.”라고 손을 꼭 잡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의 손에서는 간절함과 애절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어르신이 생활하시기에 불편한 것들이 참 많았고,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르신의 방안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방안의 여러 물건들이 정리되어 있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으며 부엌이 방 한켠에 있어서 간간히 음식을 해먹었던 흔적들도 곳곳에 보였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눈이 보이지 않아 불편함을 겪고 있을 어르신은 여러 지병을 앓고 계시어 먹을 양도 많기에 한쪽에 쌓인 약봉지가 눈에 띄기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방안 벽을 둘러 쌓여있는 돗자리! 들어오는 입구부터 깔려있던 돗자리가 방안 전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돌아다니며 구한 헌 돗자리나 매트를 가지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추위를 막고자 붙이게 되었지만 한겨울의 지하방의 한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기에 어르신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매트를 켜고 지내신다고 하셨습니다.

- 도움을 약속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의 무거움

편지를 받고 찾아간 지하방은 정말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이미 시력장애를 가지고 계시지만 점점 나빠지는 시력에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들고 오직 추운 방안에 있는 일이 전부가 되고 있지만 더 기억에 남았던 어르신의 한마디가 떠오릅니다. “눈은 보이지 않아도 되는데 추운 집은 이제 그만하고 싶네요.”라고 하시던 어르신의 말. 시장 속 지하방의 어르신의 집에 필요한 것은 다가오는 겨울 추위를 두려워하며 겨울을 나야하는 걱정 속에서 지내는 어르신의 지하방에 한줄기의 따듯함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어 도움을 드린다고 약속은 하였지만 당장의 어떠한 도움을 드릴 수 없어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